< 독자 기고 > 슬픔을 통과하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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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독자 기고 > 슬픔을 통과하는 여정

김지민 작가


또, 가슴에 묻었다. 웃고 지내다가, 음식을 먹다가도 감정의 밑바닥에서 뭔가가 치밀어 올라온다. 떠난 사람들을 생각하면 쿵 하고 모든 장기가 내려앉는 것 같다.

누군가는 슬픔에 기간을 정해 놓았지만, 지구가 멸망해도 끝날 수 없는 슬픔이다. 일 년 후, 십 년 후, 내가 살아 있는 한 미안하고 슬퍼할 것이다. 애도는 그런 것이니까.

하루하루를 산다는 건 어쩌면 슬픔을 통과하는 여정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많은 사람이 슬픔에 갇혀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 사람으로 사는 이상 누구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계절이 하는 일이 낙엽을 떨구는 일이라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상실의 아픔을 혼자서 감당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아야 하는 일이다. 그다음은 누군가 대답해야 할 목소리와 시간이 해야 할 몫이 남겠지.


요 며칠 편안하게 잠드는 게 힘들다. 밤새워 뒤척이다 새벽이면 자리에서 일어난다. 오늘도 다섯 시쯤 창문을 열었다. 밖을 내다보니 가로등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 마치 노란 조등처럼 허공에 흐릿하게 번지고 있었다. 안개가 자욱했다. 뿌연 습도가 앞 동의 윤곽을 삼켜버린 시간, 밤사이 켜졌던 가로등이 꺼지고 검푸른 빛이 돌며 어스름한 시간이 올 때까지 나의 시선은 바깥을 향해 있었다. 

오전의 햇살이 무거운 암회색 공기층을 통과해보려고 애쓰는 동안 바람은 나무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듯했다. 순식간에 노랗고 빨간 낙엽이 바닥에 층층이 쌓였다. 층층이 생각이 많아졌다, 생각이 겹겹이 많아질수록 허무했고, 헛헛했고, 공허했고…. 비슷한 감정의 단어들이 함께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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